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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revuedesmontres

2022년을 이끈 8가지 키워드

한 해가 끝나는 시기가 되면 많은 사람이 ‘다사다난’이라는 말을 언급하며 일어났던 일들을 되돌아보고 정리를 한다. 2022년 한 해 동안 시계 업계도 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다. 다양한 신제품과 이슈로 많은 화제를 낳았던 시계 업계의 이모저모와 2022년을 이끈 트렌드들을 총 8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보았다.



1. 지속가능한 워치 인더스트리


브라이틀링의 새로운 환경 캠페인
브라이틀링의 새로운 환경 캠페인 #스쿼드온어미션 투 두 베터(SQUADONAMISSON TO DO BETTER).

세계적인 회계 분석 기업인 딜로이트(Deloitte)가 공개한 2021년과 2022년의 스위스 시계 산업 리포트에 의하면, 시계 구매자 중 60% 이상이 지속가능성을 고려하고 있으며, 그중 MZ세대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고 한다. 이는 곧 오늘날의 소비자들이 타임피스의 기능과 디자인, 브랜드의 헤리티지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구매하는 제품과 이를 생산하는 기업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에 관해서도 관심 있게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IWC 친환경 스트랩
IWC의 친환경 스트랩.

시계 업계에서는 이 같은 시류를 반영해 더 많은 브랜드가 재활용 소재나 더 작은 사이즈의 박스 패키징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제품을 더욱 윤리적인 방식으로 생산하기 위해 작업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지원하겠다는 캠페인을 론칭하거나 IWC와 파네라이처럼 브랜드가 소유한 지속가능한 제조 공정을 공유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앞으로 몇 년 안에 스위스 기반의 시계 브랜드들은 기후변화 관련 재무 정보 공개 협의체(TCFD)에 보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지속가능성을 향한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2. 오프라인 박람회의 완벽한 재건


2022년 워치스 앤 원더스 제네바
2022년 워치스 앤 원더스 제네바의 전경.

지난 3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워치스 앤 원더스 제네바의 첫 오프라인 박람회가 성공적으로 열리면서 약 3년 만에 시계 업계 관계자들이 스위스에 다시 모였다. 총 41개의 브랜드가 참가한 2022년 워치스 앤 원더스 제네바에는 2만 2000명이 넘는 참석자가 방문했고, 1700건의 터치 앤 필 세션과 7000여 건에 달하는 소매업체 미팅 등이 이루어졌다. 이후 8월에는 3회를 맞은 제네바 워치 데이가 진행되었는데, 총 33개 브랜드가 참여하며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와 볼거리를 더욱 풍성하게 확장해나가고 있다.


2023년 워치스 앤 원더스 제네바 오프닝 세리머니
2023년 워치스 앤 원더스 제네바의 오프닝 세리머니 전경.

2022년 12월 현재 중국 하이난 섬의 싼야에서는 13개의 브랜드가 참여하는 워치스 앤 원더스 하이난이 진행되고 있고, 2023년 1월에는 2020년 개최 이후 오프라인 이벤트를 진행하지 못했던 LVMH 위크가 3년 만에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이다. 또한 오는 2023년 3월 27일부터 4월 2일까지 개최 예정인 워치스 앤 원더스 제네바에서는 4월 1일부터 2일까지 이틀간 진행할 퍼블릭 오픈도 준비하고 있다.



3. 블록체인이 가져온 버추얼 럭셔리


불가리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
불가리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

불가리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가 1.8mm의 두께로 처음 공개되었을 때 사람들은 얇은 두께에 한 번 놀라고, 배럴 커버에 새겨져 있는 QR 코드를 통해 메타버스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몇 년 전부터 정품 보증의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여권과 인증서를 소개하기 시작했던 시계 브랜드들이 가상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메타버스를 구축하며 서비스의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좌) 모저앤씨 인데버 센터 세컨즈 제네시스, (우) 로저드뷔 버츄얼 메타버스.



2021년 <글로벌 파워스 오브 럭셔리 굿즈(Global Powers of Luxury Goods)> 리포트에 따르면 메타버스 안에서는 현실 세계에서 인식되고 있는 럭셔리 브랜드들의 가치가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불가리처럼 버추얼 럭셔리를 구현하는 브랜드가 더욱 늘고 있다고 한다. ‘스위스 알프 워치’와 ‘스위스 매드(Mad) 워치’ 같은 혁신적인 콘셉트의 시계를 선보였던 모저앤씨는 지난 12월 가상에서 유형에 이르는 미적 코드를 통합한 하이브리드 시계 ‘인데버 센터 세컨즈 제네시스’의 첫 번째 시리즈를 선보이며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다. 딜로이트의 2022년 스위스 시계 산업 리포트에 의하면 앞으로 57% 이상의 브랜드들이 추후 12개월 안에 더 많은 NFT와 메타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4. 전통과 현대 기술의 결합


(좌) 오리스 콜슨 리미티드 에디션, (우) 태그호이어 까레라 크로노그래프 투르비용 폴리크롬의 다이얼.



시계는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며 제작했을 때 그 가치를 인정받지만, 오늘날에는 첨단 기술 없이는 결코 시계를 완성할 수 없다. 특히 2022년에는 3D 프린팅과 화학 증착 기법(CVD), 디지털 프린팅 같은 첨단 공학적 기법으로 완성한 시계가 눈길을 끌었다. 최근의 예로는 지난 11월 오리스가 ‘콜슨 리미티드 에디션’을 선보이며 업계 최초로 3D 프린터로 제작한 케이스를 사용한 경우를 들 수 있다. 태그호이어는 무지개를 연상시키는 생생한 멀티 컬러 그러데이션을 구현하기 위해 진공 유착 PVD 처리와 다이얼의 포지티브 코팅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세계 유일의 공급 업체와 긴밀히 협력했다.


까르띠에 탱크 루이 까르띠에
까르띠에 탱크 루이 까르띠에

그 외에도 까르띠에는 2022년 신제품으로 선보인 탱크 루이 까르띠에 워치의 풍부한 모노크롬 다이얼을 구현하기 위해 고정밀 마킹을 가능하게 하는 혁신적인 전기 화학적 인그레이빙 기법을 처음으로 활용하며 전통 공예 기법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닌 최첨단 과학 기술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5. 모두가 열광한 소재, 티타늄


비쉐론 콘스탄틴 오버시즈 투르비용 스켈레톤 티타늄
티타늄으로 제작한 바쉐론 콘스탄틴 오버시즈 투르비용 스켈레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하이엔드 브랜드가 티타늄 소재를 사용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그러나 고객의 편리성을 고안한 얇고 가벼운 시계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티타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브랜드가 점차 늘게 되었다. 지난 3월에 열린 워치스 앤 원더스 제네바에서 랑에 운트 죄네는 브랜드 최초로 티타늄으로 제작한 ‘오디세우스 티타늄 에디션’을 출시했고, 바쉐론 콘스탄틴도 ‘오버시즈 투르비용 스켈레톤’ 라인에 브랜드 최초로 케이스와 베젤, 크라운, 브레이슬릿까지 모두 티타늄으로 제작한 타임피스를 선보여 큰 화제를 모았다.


롤렉스 오이스터 퍼페츄얼 딥씨 챌린지
롤렉스 오이스터 퍼페츄얼 딥씨 챌린지

한편 파텍 필립도 티타늄 소재로 제작한 경매 출품용 유니크 피스인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Ref. 5270T-010’을 선보였다. 그리고 이 같은 열풍은 지난 11월 롤렉스가 브랜드 최초로 개발한 RLX 티타늄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으로 선보인 ‘오이스터 퍼페츄얼 딥씨 챌린지’로 이어지며 화려한 정점을 찍었다.



6.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한 다운사이징


튜더 펠라고스 39
튜더 펠라고스 39

여성과 남성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는 젠더리스 트렌드는 지난해부터 시계 업계를 두루 관통하고 있는 메가 트렌드 중 하나로 꼽힌다. 2022년에는 젠더리스의 영향으로 사이즈가 40mm 이하로 축소된 시계들의 출시가 러시를 이루었다. 튜더는 직경 42mm 사이즈로만 출시하던 펠라고스 라인에 직경 39mm 모델인 ‘펠라고스 39’를 새롭게 추가했는데, 그보다 먼저 공개한 ‘레인저’와 ‘블랙 베이 프로’ 역시 직경 39mm였다는 점에서 다운사이징 트렌드에 가장 앞선 브랜드로 꼽히고 있다.


제니스 크로노마스터 스포츠
제니스 크로노마스터 스포츠

그 밖에도 제라드-페리고는 브랜드의 상징적인 로레아토 라인에 남성과 여성에게 모두 어울리는 직경 38mm 모델을 소개했고, 에르메스도 신제품 ‘아쏘 르 떵 보야주’에 직경 38mm 버전을 추가해 많은 시계애호가들의 관심을 받았다. 젠더리스 열풍으로 인해 광고 캠페인도 남녀 모델을 함께 등장시키며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7. 기록과의 전쟁


리차드 밀 RM UP-01 페라리
리차드 밀 RM UP-01 페라리

지난 3월 불가리는 로마에서 진행한 옥토 컬렉션의 탄생 10주년 이벤트에서 단 1.8mm의 케이스 두께를 갖춘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를 선보이며 새로운 기록을 갱신했다. 그러나 약 4개월 후 리차드 밀이 단 1.75mm의 케이스 두께로 완성한 ‘RM UP-01 페라리’로 불가리의 기록을 갈아치우며 전 세계 시계애호가들을 놀라게 했다.


오메가 씨마스터 플래닛 오션 울트라 딥
오메가 씨마스터 플래닛 오션 울트라 딥

무브먼트의 두께에 관한 경쟁뿐만 아니라 방수 기록 역시 브랜드들의 경쟁 리스트 중 하나로 꼽힌다. 오메가는 지난 3월 약 6000m의 방수 기능을 지닌 ‘씨마스터 플래닛 오션 울트라 딥’을 선보이며 울트라 딥 분야에 신기록을 수립했다. 그러나 이 기록 역시 지난 11월 롤렉스가 선보인 ‘오이스터 퍼페츄얼 딥씨 챌린지’의 출시로 갱신되었다. 1만 1000m(약 3만 6090피트)까지 방수가 가능한 이 시계는 2012년 마리아나 해구에서 제임스 캐머런과 함께한 실험용 시계의 뒤를 잇는 상업용 모델이다.



8. 독립 시계 제조사들이 이룬 눈부신 성과


엠비앤에프 레거시 머신 시퀜셜 EVO
엠비앤에프 레거시 머신 시퀜셜 EVO

2022년 GPHG의 최고상인 에귀유 도르는 독립 시계 제조사 엠비앤에프의 ‘레거시 머신 시퀜셜 EVO’가 수상했다. 지난 3년 동안 울트라 씬 시계를 높이 평가했던 GPHG가 혁신적이고 복잡한 독립 시계 부문에 후한 점수를 주며 2005년 설립된 엠비앤에프에 에귀유 도르의 영예를 최초로 안겨준 것이다.


엠비앤에프 CEO 막시밀리앙 뷔세.
엠비앤에프 CEO 막시밀리앙 뷔세.

GPHG에서 활약한 엠비앤에프뿐만 아니라 모저앤씨, 차펙앤씨 같은 독립 시계 제작사들도 2022년 한 해 동안 그 어느 해보다 성공적인 판매 기록을 달성했다. 특히 차펙앤씨는 ‘앙타르티크(Antarctique)’ 컬렉션의 성공에 힙입어 라쇼드퐁에 제조 공장을 새롭게 계획하는 등 생산 시설을 확대하고 있다. 독립 시계 제조사의 이 같은 선전은 시계애호가들의 취향과 다양한 욕구에 따라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Editor: Ko Eun B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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