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띠에의 역사에서 2020년은 파샤 드 까르띠에의 해로 기억될 것이다. 까르띠에의 인터내셔널 마케팅 및 커뮤니케이션 디렉터인 아르노 카레를 만나 파샤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Revue Des Montres(이하 RDM) 까르띠에는 산토스와 탱크, 베누아 등 역사가 깊은 아이코닉한 모델을 과감하게 재해석하는 시도를 해왔고, 또 매번 그 도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파샤 드 까르띠에는 비교적 역사가 짧은 시계를 재해석했다. 왜 이런 선택을 했는가?
Arnaud Carrez(이하 AC) 역사가 길든 짧든 우리의 아이코닉한 시계를 재해석하는 일은 언제나 브랜드의 뜻깊은 문화유산에 생명을 부여하는 일이다. 2017년 팬더 드 까르띠에, 2018년 산토스 드 까르띠에, 2019년 베누아 등을 선보였으니 올해에는 파샤를 선보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파샤는 1985년에 선보인 우리의 상징적인 모델이자 유럽과 북미, 일본 등지에서 아주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시계여서 많은 고객이 새로운 버전의 출시를 기다려왔다.
RDM 역사적인 모델을 재해석하는 일과 비교적 현대적인 모델을 재해석할 때 디자이너의 역할이 달라지는가?
AC 까르띠에는 언제든 디자인과 아름다움을 실현해낼 수 있는 탁월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까르띠에 시계의 디자인은 그 형태와 라인, 비율 등이 핵심적인 특징이다. 따라서 특정 모델을 재해석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 작업을 통해서 우리는 크리에이션을 진화시키는 동시에 혁신을 모색한다.
이 같은 변화는 고객이 곧바로 실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까르띠에가 2017년에 선보인 팬더 시계는 디자인에서 큰 변화가 없었다. 이미 기존에 선보였던 팬더 시계의 비율이 적절했기 때문이다. 산토스의 경우에는 좀 더 인체공학을 고려해서 디자인을 새롭게 개선했다. 파샤의 경우에는 오늘날 고객의 기대에 잘 부응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기능과 새로운 사이즈에 중점을 두었다.
RDM 1985년의 파샤가 1943년의 시계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까르띠에 브랜드에는 아직 비밀로 간직되고 있는 영감의 대상이 또 있는가?
AC 까르띠에 브랜드의 아카이브 덕분에 우리는 모든 디자인에 관한 기록을 세밀히 알 수 있다. 구상 단계부터 완성 단계까지 꼼꼼히 기록된 자료들은 오늘날 까르띠에의 풍성한 디자인을 탄생하게 해주는 놀라운 유산이다. 이 아카이브 덕분에 우리는 역사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놀라운 이야기들을 지속해서 발굴해낼 수 있다.
RDM 파샤 드 까르띠에라는 이름에서는 일종의 호화로움이 느껴진다. 오늘날 파샤가 추구하는 입장은 어떠한가?
AC 처음부터 파샤는 대범한 디자인 덕분에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게 되었고, 그 같은 상황을 바탕으로 파샤가 성공하리라는 것을 예감할 수 있었다. 오늘날 이 시계의 정신은 새로운 세대를 상징한다고 본다. 신세대들은 열린 마인드와 다양성에 대한 존중, 소셜 미디어를 통해 구축된 관계 등이 성공의 주된 원동력이라고 믿는다. 이런 비전이 광고 캠페인에도 그대로 담겨서 메이지 윌리엄스(Maisie Williams)와 라미 말렉(Rami Malek), 트로이 시반(Troye Sivan), 윌로 스미스(Willow Smith), 잭슨 왕(Jackson Wang) 등 독특한 매력과 함께 성공의 새로운 의미를 제시하는 스타들이 총동원되었다.
RDM 35년 전에 까르띠에는 파샤가 “고유의 과장됨을 받아들이면서 좀 더 크게 보는 이들을 위한 시계”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어휘를 선정했다는 것은 곧 남성 고객들을 겨냥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파샤는 여자들의 사랑도 많이 받고 있는데, 이런 점에서 놀랐는가? 오늘날의 파샤는 어떠한가? 파샤는 진정 유니섹스 시계가 되었는가?
AC 1985년 파샤가 처음 등장했을 때에는 남성 고객들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파샤 특유의 파워에 매력을 느낀 여자들도 금방 이 시계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버전은 이 같은 가치를 존중하는 새로운 세대의 남녀 모두를 겨냥해 35mm와 41mm의 2가지 사이즈로 선보였기 때문에 남성적인 동시에 여성적이다.
RDM 2020년도 파샤가 1985년도 파샤와 비교해봤을 때 얼마나 닮았는가? 또 어떤 점이 다른가?
AC 우리가 올해 선보인 파샤는 원형 케이스와 아라비아 숫자, 원형 케이스 내부의 정사각형, 스트랩을 연결해주는 ‘클루 드 파리’, 다이아몬드형 핸즈, 체인형 크라운 보호장치 등 기존의 파샤가 지닌 요소를 많이 간직했다. 하지만 크라운 보호장치 밑에 숨은 새로운 크라운이나 백 케이스로 볼 수 있는 무브먼트, 크라운에 체인으로 연결된 새로운 밸브, 교체 가능한 새로운 스트랩 등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기능성과 인체공학을 고려한 디자인으로 더욱 파워풀해졌다. 또한 1985년 파샤 드 까르띠에의 사이즈인 직경 35mm와 새롭게 현재 트렌드에 맞게 제작한 직경 41mm의 2가지 사이즈를 선보였다.
RDM 모든 까르띠에 시계는 크라운이 진정한 브랜드 시그니처 역할을 한다. 새로운 파샤는 어떻게 이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가?
AC 새로운 파샤는 이 전통을 당연히 잘 존중하고 있다. 체인에 연결된 크라운은 파샤 디자인의 핵심적인 요소다. 방수성을 보장하기 위해 1985년 모델에 도입된 이 크라운이 이번에는 미학적인 이유로 남게 되었는데, 블루 스피넬이나 사파이어를 세팅해서 세로 홈이 들어간 원통형 크라운 보호장치 밑에 감춰져 있다. 이중 블루 장치 덕분에 태엽은 더욱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되었고, 시계의 정확성 역시 뛰어난 기능을 발휘한다.
RDM 2020년도 파샤 드 까르띠에를 정의하는 키워드는 무엇인가?
AC 전반적인 까르띠에 시계의 특징이 그러하듯이 우아함과 영속성, 독특함이 파샤 시계를 정의하는 요소들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