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밀턴은 1932년 영화 <상하이 익스프레스>를 시작으로 500여 편이 넘는 영화에 등장하며 유명 배우와 개성 있는 캐릭터들의 손목 위를 장식해왔다. 수십 년 동안 수많은 영화에서 눈부신 매력을 발산해온 해밀턴 타임피스는 광활한 우주 공간과 깊은 바닷속 등을 배경으로 모험가와 매혹적인 리더 및 슈퍼히어로 등의 아낌없는 선택을 받아왔다.
영화 역사에서 영원히 기억될 기념비적인 순간이 있다. 1932년 대히트를 기록한 영화 <상하이 익스프레스(Shanghai Express)>에서 클리브 브룩(Clive Brook)이 분한 영국 육군 장교 하비가 기차의 외부 데크에 기대어 있을 때, 마를레네 디트리히(Marlene Dietrich)가 분한 그의 옛 연인 릴리가 다가와 시간을 묻자 하비가 손목시계의 리드(Lid)를 들어올리는 장면이다. 카메라는 시계를 클로즈업해 리드 안에 젊은 릴리의 모습이 담긴 작은 사진을 비추고, 관객은 이를 통해 바로 그 손목시계가 오래 전에 릴리가 하비에게 준 것임을 알게 된다. 이 장면은 하비가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영화의 터닝 포인트이자 릴리의 사진 아래로 아르데코 다이얼에 볼드체로 새겨진 문구인 ‘해밀턴(HAMILTON)’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히어로들의 시계
영화 <상하이 익스프레스>를 시작으로 해밀턴은 수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백 편의 영화에서 독보적인 역할을 담당해왔다. 특히 군용 시계는 영화 속 히어로들의 손목 위에서 눈부신 매력을 발산했다. 1951년 제2차 세계대전을 다룬 영화 <프로그맨(The Frogmen)>에서 미 해군의 수중 폭파반을 이끄는 프랭클린 중위 역을 연기한 리처드 위드마크(Richard Widmark)와 그 팀원들은 실제로 과거의 다이버들이 그랬듯이 해밀턴 ‘프로그맨 워치’를 착용했다. 오리지널 프로그맨 워치에 탑재된 ‘군용 물통’ 모양의 크라운은 현대적인 스타일로 재해석된 ‘해밀턴 카키 네이비 프로그맨’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을 배경으로 2001년에 발표된 또 다른 영화 <진주만(Pearl Harbor)>에서 벤 애플렉(Ben Affleck)과 조시 하트넷(Josh Hartnett)은 전투기 조종사 래프 맥컬리와 대니 워커의 역을 각각 연기하면서 해밀턴의 ‘카키 필드 매뉴얼 와인딩’을 착용했다. 이 모델은 해밀턴이 전쟁에 참여한 수천 명의 미군에게 공급했던 전투용 타임피스에서 영감을 얻은 레트로 모델이었다. 현대판 액션 히어로들 또한 거칠고 세련된 매력의 해밀턴 시계를 선택했다. 2007년에 제작된 영화 <다이하드 4.0(Live Free or Die Hard)>에서 브루스 윌리스(Bruce Willis)는 ‘카키 에비에이션 ETO 크로노그래프’를 착용했고, 무시무시한 좀비와 싸우는 <나는 전설이다(I Am Legend)>에서 윌 스미스(Will Smith)는 ‘카키 에비에이션 트와일라잇’의 커스터마이즈드 버전과 함께했다.
두 모델 모두 극한의 환경 속에서도 전문 파일럿의 기대를 충족할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2016년에 발표된 액션 코미디 영화 <센트럴 인텔리전스(Central Intelligence)>에서는 ‘올 블랙 카키 네이비 빌로우제로’가 밥 스톤 역을 연기한 드웨인 존슨(Dwayne Johnson)의 손목 위에 등장한다. 빌로우제로는 2015년에 제작된 SF 블록버스터 영화 <마션(The Martian)>에서 마크 와트니 역을 연기한 맷 데이먼(Matt Damon)의 손목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빈티지한 유산 영화 <상하이 익스프레스>에 등장한 해밀턴 ‘플린트리지’는 시대를 대표한 클래식한 시계로, 영화 개봉 당시 ‘커버가 있는 아웃도어 시계’라는 슬로건과 함께 광고에 등장했다. 1989년에 발표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존 키팅 역을 연기한 로빈 윌리엄스(Robin Williams)는 1940년대의 빈티지한 직사각형 드레스 워치인 해밀턴 볼튼을 착용하고 학구적인 스타일을 선보였는데, 이 시계의 쿼츠 버전은 지금까지도 해밀턴 컬렉션의 일부로 출시되고 있다.
이외에도 영화 속에서 해밀턴의 빈티지한 유산을 선보인 2명의 여성 스타를 역시 빼놓을 수 없다. 2009년에 제작된 영화 <아멜리에 : 하늘을 사랑한 여인(Amelia)>에서 미국의 전설적인 여성 비행사 어밀리아 에어하트(Amelia Earhart) 역을 연기한 힐러리 스왱크(Hilary Swank)는 당시 선구적인 항공 시계에 대한 해밀턴의 헌사를 담은 ‘카키 필드 오토매틱 38mm’를 착용했다. 10년 후 로맨틱 코미디 영화 <롱 샷(The Long Shot)>에서 백악관에 입성하게 된 샬롯 필드 역을 연기한 샤를리즈 테론(Charlize Theron)은 1930년대에 많은 사랑을 받았던 모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해밀턴 ‘배글리’를 착용했다.
가장 아이코닉한 디자인
수십 년 동안 영화에 등장했던 아이코닉한 해밀턴 디자인 가운데 1961년에 발표된 영화 <블루 하와이(Blue Hawaii)>에서 전설적인 미국의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가 착용한 ‘해밀턴 벤츄라’만큼 센세이션을 일으킨 모델은 없을 것이다. 미래지향적인 삼각형 지느러미 모양의 벤츄라는 세계 최초의 전자 손목시계였다. 기술과 디자인에서 최고의 경지를 보여준 벤츄라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슈퍼 스타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이후 벤츄라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지지 아래 곧 당대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이를 반영해 벤츄라의 또 다른 버전인 ‘해밀턴 페이서’는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 TV 드라마 <매드맨(Mad Men)>에도 등장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시대를 뛰어넘는 혁신적인 벤츄라 스타일은 역대 최고의 SF 블록버스터로 손꼽히는 영화 <맨 인 블랙(Men in Black)>에서 다시 한 번 모습을 드러냈다. 에이전트 J와 K역을 각각 연기한 윌 스미스와 토미 리 존스(Tommy Lee Jones)는 1997년에 개봉한 영화 <맨 인 블랙(Men in Black)>에서 벤츄라의 업데이트된 버전을 착용했다. 이 시계는 이어 선보인 4편의 속편에서도 등장했으며, 2019년에 제작된 <맨 인 블랙 : 인터내셔널(Men in Black : International)>에서는 에이전트 M 역을 연기한 테사 톰슨(Tessa Thompson)의 손목을 빛내기도 했다.2017년 해밀턴은 벤츄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벤츄라 엘비스 80’을 선보였는데, 이 시계는 같은 해 개봉한 영화 <스파이더맨 : 홈커밍(Spider-Man : Homecoming)>에서 열연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Robert Downey Jr.)의 손목 위에서 새로운 매력을 드러냈다.
해밀턴과 마블의 오랜 파트너십은 2012년에 발표된 <어벤져스(The Avengers)>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 영화에서 토니 스타크 역을 연기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카키 티타늄 오토’를, 캡틴 아메리카 역을 연기한 스티브 로저스(Steve Rogers)는 ‘카키 필드 오토’를 착용했다. 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The Amazing Spider-Man)>에서 스파이더 맨 역을 연기했던 앤드류 가필드(Andrew Garfield)는 ‘재즈마스터 뷰매틱 오토’를 착용했다. 해밀턴 시계가 등장한 마블의 가장 최근 영화는 2019년 <어벤져스 : 엔드게임(Avengers : Endgame)>인데, 이 영화에 우아한 재즈마스터 모델이 등장한다. 역사상 가장 높은 수익을 낸 어벤져스의 마지막 시리즈에서 해피 호건 역을 연기한 존 패브로(Jon Favreau)도 ‘재즈마스터 GMT’를 착용했다.
영화 속의 또 다른 주인공
1968년에 해밀턴은 역대 최고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 감독의 SF 걸작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2001 : A Space Odyssey)>에서 불멸의 스타일을 선보였다. 큐브릭 감독이 직접 미래의 우주비행사에게 어울릴 만한 손목시계를 해밀턴에 의뢰해 탄생하게 된 브레이슬릿 손목시계는 불멸의 SF 시계 디자인으로 남아 있다.
2014년 해밀턴은 크리스토퍼 놀런(Christopher Nolan) 감독의 <인터스텔라(Interstellar)>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며 다시 한 번 SF 영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지구를 구하기 위한 우주 미션을 수행하기에 앞서 매튜 맥커너히(Matthew McConaughey)가 분한 쿠퍼가 제시카 채스테인(Jessica Chastain)이 분한 딸 머피에게 시계 하나를 건넨다. 그 시계는 쿠퍼가 착용한 ‘카키 파일럿 데이 데이트 오토’와는 또 다른 것으로서 이 영화를 위해 해밀턴이 특별 제작한 빈티지 스타일의 시계였다. 시계는 영화의 중대한 사건을 담당하는데, 다른 차원에 갇히게 된 쿠퍼가 머피 시계의 초침을 조작해 모스 코드 부호를 보내고 이로써 인류를 구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HAMILTON’이라는 문구가 영화에 처음 등장한 1932년 이래로 해밀턴 시계는 스토리 속 장면에 진정성을 더하며 할리우드 영화 이야기를 더욱 생동감 넘치게 전하는 워치메이커로 활약하고 있다. 2006년부터는 영화 제작 현장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며 일하는 촬영감독과 프로듀서, 작가, 작곡가, 편집자 등의 영화인을 위한 시상식인 ‘해밀턴 비하인드 더 카메라 어워드(Hamilton Behind the Camera Awards, BTCA)’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하고 있다.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이 이벤트는 영화계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는 해밀턴의 역할을 기념하면서 해밀턴이 영화계에 세운 위상을 더욱 공고히 다져주고 있다.
Editor: Lee Eun Ky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