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의 마지막 황제인 아이신-기오로 푸이(Aisin-Gioro Puyi)가 소유했던 ‘파텍 필립 Ref. 96 콴티엠 룬(Quantieme Lune)’을 포함한 그의 소장품에 대한 경매가 5월 23일 홍콩에서 열렸다.
지난 3월 필립스 박스 & 루소(Phillips in Association with Bacs & Russo)는 필립스의 새로운 아시아 본사 개관식에서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였던 아이신-기오로 푸이가 소유했던 파텍 필립 시계를 공개했다. 이 시계는 이후 뉴욕, 싱가폴, 런던, 타이페이, 제네바를 거쳐 다시 홍콩으로 돌아와 5월 23일 오후에 ‘임페리얼 파텍 필립 세일(The Imperial Patek Philippe Sale)’ 경매에서 주인을 만나게 되었다.
이번 경매에 등장한 파텍 필립 ref. 96 콴티엠 룬과 푸이 황제의 스토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45년 일본이 연합군에 패하여 항복하자, 폐위되어 친일전범의 혐의를 쓴 푸이 황제는 일본으로 망명하려 했다. 그러나 선양 공항에서 소련군에게 붙잡혀 5년 동안 하바롭스크 수용소에 수감되었다. 이 시기에 그는 소련의 통역관 게오르기 페르미야코프(Georgy Permyakov)와 우정을 쌓았다. 1950년 푸이 황제의 중국 송환이 결정되자 그동안 자신에게 친절을 베푼 러시아 통역관에게 선물했는데, 이 시계가 바로 경매에 등장한 파텍 필립 ref. 96 콴티엠 룬이다.
(좌) 청 왕조의 마지막 황제 아이신-기오로 푸이, (우) 파텍 필립 ref. 96 콴티엠 룬
파텍 필립 칼라트라바 ref. 96 콴티엠 룬은 직경 30mm의 플래티넘 소재로 제작했다. 1932년 파텍 필립이 선보인 칼라트라바 모델 중에서 컴플리케이션 모델은 매우 드문데, 이 시계는 컴플리트 캘린더와 문 페이즈, 스몰 세컨즈를 모두 장착한 버전이다. 특히 문 페이즈의 구름 디자인이 일반적인 문 페이즈와 반대로 되어 있는 매우 독특한 구조로, 이러한 디자인은 푸이 황제의 시계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총 여덟 점이 발견되었는데, 동일한 컴플리케이션 배치를 지닌 시계는 지금까지 단 세 점 정도만 발견되었을 정도다.
파텍 필립 ref. 96 콴티엠 룬
다이얼은 짙은 녹청색 파티나와 더불어 심각한 훼손이 눈에 띈다. 밝혀진 바에 따르면 다이얼의 아래쪽 절반은 케이스와 마찬가지로 플래티넘 소재인지 확인하기 위해 푸이 황제가 시종 리궈슝(Li Guoxiong)을 시켜 의도적으로 긁어낸 것이다. 그밖에도 ‘룰렛’ 디자인이 적용된 에나멜 인덱스와 로즈 골드 소재의 시, 분 핸즈 등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한편, 이번 경매에는 파텍 필립 ref. 96 콴티엠 룬을 비롯해 글씨가 적힌 종이 부채, 공책, 수채화, 공자가 쓴 ‘논어’의 가죽 제본 인쇄판 등 푸이 황제가 직접 소장하고 사용했던 물건들이 함께 출품되었다.
20세기 현대사의 흥미로운 한 단면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유물과도 같은 파텍 필립 ref. 96 콴티엠 룬의 최종 낙찰 가격은 6,200,000 달러(한화 약 80억 원)이다.
Editor: Lee Tae H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