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젤월드는 명실공히 세계에서 가장 큰 시계박람회였다. 그러나 2017년 설립 100주년을 맞이했으나 바젤월드는 삐걱거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높은 스위스 물가에 박람회 기간 더 높아지는 비용을 빼고라도 박람회 자체에 들어가는 비용도 계속 상승하고 있었다. 인쇄매체보다 실시간 인터넷으로 소통하는 시대에 돌입하면서 참가하는 브랜드들의 수는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이에 2018년 7월 스와치 그룹이 탈바젤월드를 선언하며 2019년 독자적인 시계박람회, ‘타임 투 무브’를 개최했고 LVMH 그룹 산하 시계 브랜드도 2020년 1월 두바이에서 그들만의 시계행사를 열었다. 바젤월드도 대표를 교체하며 나름 분골쇄신하며 작년 2020년에 대한 희망적인 계획을 다짐하고 있었고 그 첫 행보로 국제고급시계박람회(SIHH)에서 이름을 바꾼 워치스 앤 원더스(1월에서 4월로 개최시기를 옮김)와 함께 행사를 연이어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2020년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의 영향으로 모든 행사는 내년으로 미뤄졌다. 오히려 바젤월드는 1월, 워치스 앤 원더스는 그대로 4월에 개최하겠다는 발표가 나온 것이다.
계획대로라면 4월 24일 워치스 앤 원더스가 시작되어야 하지만 4월 14일 스위스 시간으로 오전 공식 발표에 따르면 파텍 필립, 롤렉스, 쇼파드, 샤넬, 튜더가 고급시계재단(Fondation de la Haute Horlogerie: 워치스 앤 원더스의 진행사)과 손잡고 바젤월드를 떠나 새로운 시계 박람회를 만든 소식이다.
이렇게 된 시발점은 바젤월드 주최측이 2020년 일방적으로 1월에 개최하겠다고 발표한 까닭이다.
롤렉스와 튜더 제너럴 디렉터, 장-프레데릭 뒤포(Jean-Frédéric Dufour, Directeur Général, Rolex SA, Administrateur, Tudor)는 “1939년부터 바젤월드에 참여했다. 바젤월드 주최사 MCH 그룹이 내린 결정에도 불구하고 바젤월드 참가를 철회하기로 했다. 우리의 비전을 공유하고 스위스 시계 산업에 대한 확고한 지원을 제공하는 파트너들과 함께 새로운 살롱을 만들 것이다.”라고 밝혔다.
파텍 필립의 티에리 스턴 회장(Thierry Stern, Président, Patek Philippe)도 “4세대를 이어오며 전통적으로 참여해온 바젤월드를 떠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삶은 진화하고 상황은 달라지며 사람들도 변한다. 파텍 필립은 더 이상 바젤월드의 비전과 부합하지 않는다. 해결되지 않는 문제와 토론, 신뢰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소매상, 고객, 언론의 기대를 충족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새로운 도전과 적응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하면서 파텍 필립만의 노하우를 잘 보여주는 독특한 이벤트를 제네바에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샤넬 시계와 주얼리 부문 프레데릭 그랑지에 대표(Frédéric Grangié, Président de Chanel Horlogerie – Joaillerie)는 “샤넬은 스위스 독립 시계 브랜드의 가치, 노하우, 품질을 보호하고 장려하는 비전을 공유한다. 이는 1987년 샤넬이 처음 시계를 선보였을 때부터 장기적인 전략이었다. 새로운 박람회를 통해 우리는 높은 기준에 맞는 환경에서 시계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독립시계제작사로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쇼파드의 칼-프레드리히 슈펠레 회장(Karl-Friedrich Scheufele, Co-Président Chopard et Cie SA)도 “쇼파드는 1964년 바젤월드에 처음으로 전시를 했으니 55년이 넘었다. 신중하게 고심해서 바젤월드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새로운 파트너들과 함께 스위스 시계제조의 가치와 이익을 지키는 데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고급시계재단 협회를 대표하는 제롬 랑베르 감사(Jérome Lambert, au nom du Conseil de fondation de La Fondation de la Haute Horlogerie)는 “2021년 4월 초 제네바에서 새로운 워치스 & 원더스의 탄생을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모든 사람을 환영한다고 밝혔다.